안나푸르나-5
컨텐츠 정보
- 1,884 조회
- 4 댓글
- 목록
본문
05일차-10월 7일/타다파니-촘롱-시누와
Tadapani-Chomrong-Sinuwa
멋진 식사
새벽부터 마당에 삼각대를 세우고 여명으로 붉게 물드는 안나푸르나 1봉과 남봉, 히운출리 그리고 마차푸차레 등을 촬영했다. 어제부터 느끼는 거지만 같은
산인데도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무슨 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가이드에게 묻거나 뷰포인트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서야 알게 된다. 여기서 보는
안나푸르나 1봉도 그렇다. 안나푸르나 산군 중 가장 높은 1봉이 남봉에 비해 조그맣게 보인다. 남봉이 더 가까우니 그렇게 보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처음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침식사는 마당의 식탁에 차려놓고 했다. 하얀 히말라야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식사라니 이런 멋진 식사가 또 있을까.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이 근사하다.
난 사진을 찍느라 밥도 먹다 말다 한다.
시누와 가는 길
07:30분, 아침을 먹자마자 출발이다. 우리가 하룻밤 묵은 타다파니는 해발 2,630미터이고 시누와는 2,360미터다. 그러니까 270미터를 내려가는 셈이다.
아주 완만한 내리막길인가 하지만 출발과 동시에 비명이 나올 지경이다. 55분간을 계속 급경사 내리막이다. 이런 곳에 어떻게 길을 만들고 사람이 다닐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러니까 여기선 야크가 짐을 싣고 다닐 수가 없다. 사람만이 다닐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런 급경사지에도 집을 짓고 멋진 잔디 마당을
가꾼 곳도 있다.
취울레(Chiule)라고 한다.
걸을 때도 쉴 때도 계속 먹는다. 사탕도 먹고 육포도 먹고 마른과일도 먹는다. 안 먹으면 금세 허기가 진다. 허기가 지면 다리가 풀리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으니 먹을 게 있으면 자꾸 먹어야 한다. 계속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나로서는 더 그래야 한다.
취울레를 출발해서도 다시 급경사길이 계속된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타다파니를 출발한지 1시간 45분이 되어서야 심롱이라는 데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걷는다. 계곡의 맨 아래까지 내려가서 출렁다리를 건넜나 싶으면 다시 절벽 같은 길을 올라가고 다시 내려가기를 계속한다.
흐르는 땀은 바지와 벨트까지 적신다. 몸이 안 좋은 나는 이게 힘들어서 그런 건지 안 좋은 몸 때문이어서 그런 건지 알 수도 없다. 알 필요도 없고 그냥 흐르는
땀 그대로 흘리면 된다. 더구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땡볕이고 폭염이다. 이게 바로 죽을 지경이라는 말이겠다.
군대훈련에서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다. 진짜다.
뭐 트레킹이 등산처럼 고통을 동반하지 않고 괴나리봇짐 하나 메고 산기슭을 즐겁게 걷는 거라고? 잘도 즐겁겠다.
내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지 박찬호 씨가 배낭 하나를 지고 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고마운 마음만 받을 뿐 그럴 수가 없다. 카메라를 넣은 벨트팩은 사진을 찍으며
걸어야 하니 안 되고 등에 멘 배낭엔 물과 간식이 있으니 내가 메고 갈 수 밖에 없다. 걸으면서도 물을 계속 마셔야 하니까.
그러나 그런 고마운 호의만으로도 배낭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12:30분인데 벌써 휴대한 물 2리터를 다 마셨다. 물을 이렇게 마시는데도 소변 한 번 보지도 않는다. 땀으로 다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걸으면서 하루에 물을 4리터~5리터나 마신다.
우기의 끝이라 그런지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엔 곳곳에 물이 흔하다. 민가에선 산에 흐르는 물을 호스로 끌어와 수도처럼 잠글 것도 없이 그냥 흘러넘친다.
그래도 우린 그 물을 마실 수가 없다. 그 물에 적응되지 않으면 즉시 배탈이 나기 때문에 우린 아무리 더워도 조리팀이 끓여주는 물이나 페트병에 넣어 파는
물만 마셔야 한다.
폭염 속을 걷다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 한 모금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
네팔사람들은 호스에 입 대고 마음대로 마시는데...
상그릴라(Shangrila)
이런 첩첩산중 힘든 곳에도 사람들은 계단식 밭을 만들고 먹을 걸 키운다. 옥수수도 있고 분홍색꽃이 핀 메밀도 있다. 멀리서 보면 벼 같은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다른 추라고 하는 작물도 있다.
지은 집을 보면 거의 다 지붕을 얇은 돌로 이은 돌집이다. 다른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숨이 차고 헉헉대면서도 계속 셔터를 누르며
사진을 찍는다. 그런 돌집이 아름답다, 꿈 같이 아름답다, 사람이 이런 데서 산다는 게 아름답다...
상그릴라(Shangrila)- 티벳말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이란 뜻의 상그릴라는 지상낙원 또는 이상향이란 뜻 외에 이름 모를 비밀의 장소, 멀리 떨어진
은신처라는 뜻도 있다.
사진을 찍으며 여기가 바로 상그릴라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졌다.
13:00시가 되어서야 촘롱에 도착했다. 5시간 반 만이다. 오무라이스로 점심을 먹고 석류 디저트까지 먹었다.
이곳에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선물 가게에도 식당안내에도 한글이 있다. 백숙도 있고 라면도 있단다.
며칠 걷다보니 이곳과 쿰부와 다른 게 있다. 쿰부의 웬만한 롯지나 식당에 가보면 마치 우리나라 산악연맹의 사무실 같다. 태극기를 비롯해 여러 산악회의
페넌트 등 표지물이 도배를 하다시피 했는데 여기선 아직 한 번도 그런 걸 보지 못했다.
또 쿰부에선 마을 어귀나 산등성이 등 곳곳에 초르텐이 있고 그냥 있는 바위가 없을 정도로 불경을 새겨 넣은 마니석이 흔한데 여기선 아직 하나도 보지 못했다.
룽다와 타르초의 오색깃발의 숫자도 훨씬 적고 깃발의 크기도 작다.
14:30분 다시 출발이다. 촘롱에서 시누와로 가는 길도 돌로 된 내리막길을 한참동안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야 한다. 계단의 숫자가 4,000개라고도 하고 그보다
더 많다고도 한다. 많이 내려가면 그만큼 많이 올라가야 한다.
다 내려가서 올라가는데 빗방울 하나 둘 떨어지더니 폭우로 변한다. 마침 가까운 곳에 원두막 같은 게 있어 한참동안 피했다.
어제 이 시간에도 큰 비가 내렸는데 아침 날씨가 맑아도 오후 시간에는 대개 비가 오는 모양이다.
시누와
16:25분에 시누와에 도착하면서 보니 쌍무지개가 떴다. 참 뭔 일이랴~~~!!
저녁 무렵이 되자 다시 하늘이 맑게 개고 마차푸차레가 나타났다.
롯지 밖에 삼각대를 세우고 일몰 때까지 촬영했다.
촬영 중 이미향 씨가 와서 캄캄한 바탕에 하얀 산 하나만 있는 마차푸차레의 마이너스 노출을 알려줬더니 촬영된 사진을 LCD로 보고는 이 사진이 뭐가
잘 되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늘 자동노출로 촬영하던 분이 이렇게 극단적인 노출대비의 풍경을 수동으로 담아보니 까만 바탕에 흰 점 하나가 있는
것이고 이게 뭔 사진일까 싶은 게 당연하다. ~~^^*
롯지에 짐을 정리하고 6일 만에 머리를 감았다.
내일은 3,200미터로 가니 ABC까지 가는 동안 고소증의 염려가 없는 곳은 여기가 마지막이다.
저녁식사는 닭백숙이 나와서 실컷 먹었다. 집에선 닭백숙을 잘 먹지 않는데 매일 체력소모가 심하니 안 맛있을 수가 없다.
안나푸르나 코스가 쿰부히말라야 코스보다 고도는 낮지만 오르내리는 일이 워낙 험해 오히려 더 힘들다는 느낌이다.
낮에 점심을 먹었던 촘롱의 먼 불빛을 몇 컷 촬영하고는 자리에 들었다.
타다파니의 여명
마차푸차레의 아침
안나푸르나 남봉의 아침
영화 같은 아침을 먹고 인증사진도 찍었다.
이런 사진 한 컷 찍으려고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또 뛰다시피 따라간다.
히말라야 심심산골에 이런 데가 있다니...
상그릴라가 바로 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보리가 막 팬 데도 있고 이렇게 벼가 익어가는 곳도 있다.
촘롱을 지나 시누와로 가는 길
석양빛을 받은 마차푸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