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설경 촬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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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이석찬 부이사장님과 노고단 설경 촬영을 갔다가성과도 없이 고생만 진탕한 이후
왕구멍이란 오명에 자중해야 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한동안 은둔으로 일관했는데.....
성주의 참외 아자씨는 서해안과 제주도의 폭설 소식에 마음이 동 했는지 계속 러브콜을 날려댄다.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촬영을 미루며 버텨 보지만 혼자서라도 가겠다며 뱅기표를 예매 했다고 최후 통첩을 보낸다.
그래도 끝까지 버티며 안가겠다고 했지만, 이석찬 부이사장님까지 가세를 하여 협공작전을 펴 댄다.
"같은 갱상도 왕구멍인데 물건너 혼자가게 내버려 두면 쓰것냐.....???"
하는수없이 그놈의 싸나이 정신이 발동되어 뒤늦게 뱅기표를 알아본다.
한라산은 그동안 진달래 및 철쭉 촬영을 몇번 다닌 경험을 통해서 일출이 안됨을 알기에
첫 뱅기와 마지막 뱅기표를 구하면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한 지역으로 접근성은 오히려 지리산 보다도 좋은 포인트이다.
토요일 첫 비행기와 당일 마지막 뱅기를 어렵사리 예매를 하였으나
뒷늦게 군산의 오휘상 선생님이 동참을 하는 바람에 출발시간을 하루 전으로 변경하였다.
오선생님은 5시 뱅기, 대구팀은 7시뱅기로 각각 출발하여 먼저 도착하신 오선생님이 숙소를 물색하기로 하다.
출발전 늘상 이용하던 렌터카를 이용할까 생각 하고 어리목 통제소에 전화를 하니
체인도 쳐야 하고 주차장이 눈에 덮여서 주차가 불가 하다고 한다.
하는수 없이 교통편은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출발을 한다.
오선생님이 KBS근처에 잡아놓은 숙소에서 조우를 하여 여장을 풀고서
내일 교통편 마련을 위해서 그동안 가끔씩 이용하던 택시기사분께 전화를 했으나 전화 번호가 바뀌었는지 연락이 되지를 않는다.
하는수 없이 이곳 저곳을 수소문끝에 네모의 서현씨와 연락이 닿아서 통화를 하는중 본인도 제주도에 왔다고 한다.
근처에서 만나 간단히 소주도 한잔 하면서 택시[※ 제주사랑콜택시 : 주영진(010-5039-9398)] 수배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다음날 5시에 기상하여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 전날 수배한 택시를 이용하여 6시에 여관을 출발하여 어리목으로 향하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시내 길에는 눈 이라고는 자취도 없고 1100도로를 지나니 도로변에 눈이 쌓여 있고, 도로는 제설이 다 되어 있었다.
부분부분 빙판길이 있기는 했으나 스노우타이어 덕택에 무리없이 어리목까지 갈수 있었다.
06:40분경 장비를 챙겨 출발을 하니 등산로 주변 숲은 별천지다.
모든 나무들은 눈을 뒤집어써서 온통 은색이다.
육지에서 보아 왔던 상고대와는 또다른 그야말로 눈 천지라는 말이 딱 맞을듯 하다,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오름짓을 계속한다.
어리목 등산로는 급경사의 계단이 계속 되었는데, 많은 적설량 때문에 계단은 아예 없어져 버리고,
등로 주변에 쳐 놓은 안전밧줄 마져도 모두 눈속에 묻혀 버렸다.
등산로의 눈도 잘 다져져서 오르기도 편할 뿐더러, 계단이 없으니 차라리 오르기는 편하다.
오선생님과 둘이는 아이젠 없이도 문제없이 잘도 올라가는데
앞서 오르던 참외 아자씨는 비싸게 주고 장만 했다는 이태리제 등산화가 문제가 있는지
연신 미끄럼질을 해 대다가 안되겠던지 결국은 아이젠을 착용후 오름짓을 계속한다.
(이참에 마카루프로 하나 장만 하세요....ㅎㅎㅎ)
1시간여 걸려서 사제비 동산에 올라보니 이건 또다른 별천지다.
앞 쪽에는 눈 천지요. 뒷쪽에는 운해 천지다.
카메라배낭을 풀어 첫 컷을 날리고 한참을 감상후 오름짓을 계속한다.
시간도 널널하기에 올라 가면서 군데군데 촬영을 계속하며 만세동산을 향하다.
만세동산에 이르니 예상대로 관광객들이 많이도 올라온다.
관광객 줄들이 거의 끊어짐없이 계속 이어진다.
만세동산 전망대 데크에 삼각대를 세우고 기념 촬영도 하면서 화구벽에 빛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리니 서현씨 일행이 올라온다.
이들은 영실로 오르기를 시도 하다 차량 통행이 불가하여 차를 돌려서 뒤늦게 올라 왔단다.
한동안 기다리다 빛이 들어 오길래 각자 촬영지로 다시 헤어지다.
그동안 참외 아자씨는 뭘 잘 드셨는지 한쪽 구석에서 불법행위를 하다 꼼짝마 카메라에 딱 걸렸다.
공무원이 타의 모범을 보여야지 이러시면 곤란 하지요......ㅋㅋㅋ
일기예보상 점심 이후에나 벗겨질까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아침부터 파란 하늘을 보여주니 여유있는 촬영이 즐겁다.
윗세오름 대피소를 목표로 오르면서 포인트가 될만한 곳을 찿아서 촬영을 계속한다.
그중에도 참외 아자씨는 자꾸 욕심을 부린다.
조각 구름이라도 하나 걸려 주었으면 좋겠다며 배부른 소리를 해대다 핀잔을 왕창 듣는다.
열시미 돌리고 12시경 윗세오름대피소에 이르러 컵 라면이라도 하나 먹을려니 대기줄이 50미터는 족히 될듯하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오선생님은 3시 뱅기라 헤어지기로 하고서 우리는 돈내코 코스인 북벽으로 가 보기로 한다.
서북벽통제소 까지 가서 북벽으로 붙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더이상은 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은 또다른 별천지로 설화가 장난이 아니다.
여기서 일몰을 볼까도 생각 했지만, 화구벽이 너무 가까이 있고, 하산시까지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하여 되돌아 오기로 한다.
대피소 정보에 의하면 오후 3시에 등산객을 통제하여 하산을 시키기에 그 시간전에 일몰 포인트를 찿아서 눈에 띄지않게 잘 숨어야 한다.
일몰을 보려면 선작지왓 방면으로 가야하나 영실방면 차량이 올라오지 못한다니
혹여 잘못하면 예약을 해 놓은 8시 마지막 뱅기를 타지 못하는 수도 있기에 하는 수 없이 만세동산 쪽으로 붙기로 의견을 모은다.
숨을곳도 마땅치 않고 지대가 낮아서 일몰시에 그늘이 질것 같은 판단하에 만세동산까지 내려 오기는 했으나
포인트가 될만한 장소는 러셀이 되지 않아 도저히 들어 갈수가 없었다.
등산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허리까지 빠지는 심설 속을 뚫고 나갈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이서 의논끝에 하는수 없이 만세동산 정상으로 향하기로 한다.
이곳은 남쪽이라 그런지 눈이 녹아서 언 상태라 발목까지 밖에 빠지지 않아서 그런대로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무사히 정상부분에 도착하여 바위 뒷편에 숨어서 일몰 빛을 기다린다.
일몰 예상시간 오후 5시반, 하산 예상시간 1시간30분, 공항까지 가는데 30분정도 예상하였다.
이렇게 예상하고 일몰을 기다리니 일몰 예상 상황도 괜찮았다.
5시경 아지트를 벗어나 삼각대를 세운다.
상황이 점점 좋아 지는데 참외 아짜씨 여기서 또다시 그놈의 구름타령을 해댄다.....ㅋㅋㅋ
뒤돌아보니 더 장관이다.
제주 시내를 배경으로 운해가 쫙~! 깔렸다.
마음 같아서는 뒤돌아서 한컷 하면 좋겠지만 이러다 일몰을 놓칠까 봐서 그냥 디카 스케치로 만족을 한다.
이렇게 서둘러 촬영을 끝내고 보니 일몰 예상 시간이 30분이나 오버하여 6시가 넘었다.
이러다 자칫 뱅기시간을 놓칠것 같아서 만세동산에서 내려 가는 길은 내리막 길이니 등산로까지 곧바로 가로질러 가기로 한다.
북쪽 사면이라 그런지 첫 출발부터 허리춤까지 빠져서 움직이는게 여간 힘들지 않다.
그래도 직선 코스이니 하산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 할수 있지 않을까 하고 10여분을 진행 했는데 후회 막급이다.
다시 되돌아 갈수도 없고, 300미터 되는 길이 30km는 되어 보일 정도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둘이서 구르고, 기며,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필사의 탈출을 하여 보니 10분도 안되는 거리를 30분 이상을 헤메었다.
택시기사분께 어리목에 대기를 부탁하고 마지막 뱅기를 타기 위해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하산 시간을 보니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택시보다 먼저 도착하여 짐을 정리 하자니 불러놓은 택시가 올라 오기에 부리나케 공항으로 내달렸다.
다행히 비행기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여 무사히 귀가를 하였다.
참외 아자씨는 귀가를 하고 저는 근무지로 바로 출근,
야간근무까지 하고 낮에 잠깐 귀가를 하였다 조금전 다시 야간 근무를 들어 왔는데 조금 피곤 하기는 하군요.
아침에 여유를 가지고 거울을 보니 얼굴이 많이 탓군요.
혹시 촬영가실분 계시면 선글라스와 썬크림은 잊지말고 꼭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같이하신 오휘상 선생님과 참외 아자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함께해서 즐거운 촬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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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훈/仁 峰(인봉)님의 댓글
지겨운? 호남정맥 고만하고 상황따라 움직일까 ...
고생하셨겠지만 대작을 담으셨을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