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대신 봉잡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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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대신 닭이라는데
가끔 꿩대신 봉도 잡아야 세상 사는 맛나는 것 아닌가? ^^*
지난주 이리저리 웹써핑을 하다가 2월말에 광덕산에 복수초가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 며칠전 눈도 내렸겠다 광덕산으로 튀자"
오랜만에 늙은차 운동도 시킬겸 냅다 광덕산으로 달렸다.
광덕고개를 너머 들머리에 도착하니 계곡에는 완연한 봄 분위기가 흐른다.
몇채의 팬션을 지나 나만의 계곡으로 들어가니
왠걸? 아직도 계곡 곳곳은 눈이 정강이까지 빠지는 것이
복수초는 커녕 지난해 떨어진 낙엽조차 눈에 덮여 발견하기 힘들다.
혼자 투덜대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찍사들이구만...
뭐 좀 있어요?
"있긴요~ 아무것도 없어요"~
퉁명스런 목소리로 답한다.
찍사들과 난 발목까지 빠지는 눈에 분풀이라도 하듯 눈을 발로 차며 하산을 한다.
에이~ 가는 길에 천마산이나 들려보자
내심 작은 기대를 품고 천마산에 도착했다.
천마산 팔현리는 이번주 눈이 많이 왔음에도 고도가 낮아 그런지 눈이 아주 많이 녹았다.
"그래 이정도면 뭣 좀 보겠지"
"지난주 몇몇 아는 지인들도 너도바람꽃을 찍어 왔단 말이야"...
들머리를 지나며 주위를 아무리 살펴도 바람꽃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눈이와서 다 죽었나 보다.
실망한 마음으로 계곡을 따라 더 오르는데
앞에 몇몇 찍사들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꽃을 찾느라 고개를 이쪽저쪽 돌리는 것이 가관이다.
"미쳤어"... 혼자말로 중얼 거린다.
찍사들 주위를 가보니 아주 조그만 바람꽃 몇개가 있는데 영 볼품없다.
"그래도 어쩌랴~
"시간내어 왔는데 찍어야지"
대충 몇컷 찍고 계곡을 따라 더 오르니 한 무리의 찍사팀들이 출사를 왔다.
단체로 쪼그려쏴, 앉아쏴, 엎드려쏴 웃음이 절로난다.
옆에서 힐끗 보니 그런대로 괞잖은 바람꽃이 피어있다.
음... "이제 이팀들 갈때까지만 기대려야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내차례가 되었다.
나 또한 쪼그려쏴, 앉아쏴, 엎드려쏴 열심히 찍고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옆에서 한 사람이 눈치를 보며 기다린다.
"눼참~
"이제 시작했는데 왜 눈치를 주는거야"
"그래. 다 만족하면 재미없지",
사실 광덕산까지 가서 눈구경만 하고 왔는데
여기서 눈속의 바람꽃을 찍었으니 이정도면 꿩대신 봉 아닌가?
"이제 배도 고프겠다 그만 양보하고 가야지"
행복이란 자그마한 기쁨이라도 기대를 하지 않았을때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는 거야"
"그것이 바로 마음을 비운 무소유의 기쁨이겠지"
엊그제 열반하신 법정스님 말씀이 생각난다.
날머리를 떠난지 얼마 안가 어떤 산꾼이 손을 흔들며 히치하이킹을 청해온다.
장현까지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요. 타세요~
기분도 좋겠다 친절히 대답하고 태워준다.
산꾼과 함께 이산저산 이야기 하면서 룰루랄라 즐겁게 운전하는데
갑자기 안쪽 차선에서 어떤 차가 내 차 앞에 팍 머리를 들이대고 끼어들며 날아(?)가 버린다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좁아지는 길에 빠른 속도로 뒤에서 오다 중앙선을 넘지 않으려고
내 차 앞을 갑자기 끼어들고 내빼는 것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잘못하면 논두렁으로 떨어질 뻔 했다.
이런 X방세~
좀처럼 운전하면서 욕을 안하는데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쫓아가 끼어들어 욕이라도 해주고 싶다.
옆의 산꾼이 말한다.
참으세요~
그렇지!
"오늘 작은 행복을 느낀 하루였는데
"기분을 망치면 안되지"..
그리고 그 사람도 순간 자기가 잘못한 것을 느겼을꺼야,
아니면 운전도 모르는 초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뭐..
논두렁에 쳐박히지 않은 것 만도 다행이지"
그냥 기분좋게 생각하니 무조건 기분이 좋다"~
광덕산에서 실망했던 마음을 비우니 천마산에서 꿩대신 봉을 잡았지 않은가?
너그럽게 여유롭게 사는거야...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 거린다.
"너 운전 막하는 넘 봉만난줄 알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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