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단풍은 익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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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라산 촬영가 "김봉선"선생님 자택을 방문하여 차도 마시고
그동안 촬영했던 사진들도 보고서 무척이나 감동을 받은적이 있다.
그중에 가장 인상깊게 본것이 한라산 단풍 이었다.
보통은 봄에 진달래와 철쭉, 겨울엔 설경이 모두라고 생각했었는데 잘못된 생각 이었다.
한라산의 단풍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으며 육지에서 보는 그런 단풍과는 또다를 맛이 있었다.
참외 계장님과 둘이서 가을에 꼭 단풍촬영을 오자고 약속 했었는데
가을에 접어 들자 다리도 시원찮은데 같이 가지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저 또한 그때의 화려한 단풍을 잊을수 없었기에 그러마고 선뜻 약속을 해 버렸다.
과년도 데이타를 보니 10월 17일을 기준으로 좋았기에
올해는 조금 늦어질것을 예상하고 10월23일을 D-day로 잡았다.
대구에서도 내심 탐을 내는 분이 있기에 공고를 하고서 몇분이 동참 하기로 했는데....
아직 날짜가 널널이 하기에 가까운 곳이나 갈까 하고서 궁리를 하던중
단풍이 물 들었다며 "김봉선"선생님 홈페이지를 보란다.
닝기리....
벌써 단풍은 1600고지를 넘고 있단다.
부랴부랴 날짜를 변경하여 일요일날 서둘러 제주도로 향한다.
온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항공사 홈페이지를 들락 거렸지만
구한 표는 가는표 3장에 오는표 2장이다.
들어 오는 표 1장은 미처 구하지를 못하고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현장에서 예비표를 구할수 있었으므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요일 저녁 비행기에 오른다.
8시경에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이동 편의를 위해서 택시 보다는
경차(모닝LPG)를 랜트하기로 한다.
과거엔 랜트비가 제주도에서 보조금 30%를 지원해 주어서 저렴하게
이용 했는데 올해 5월부터 보조금이 없어져 버려서 랜트비가 다소 비싸졌다.
대여비 4만2천원에 보험료 5천원 이란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보험료가 무료인데 예약을 못한 관계로 5천원을 더 지불하고서 차량을 랜트하다.
숙소는 올초에 설경 촬영때 이용한 KBS근처의 스마일모텔을 이용하기로 한다.
그때 "오휘상"선생님이 수부를 잘 봐서 3명이 3만원을 지불 했는데
능력이 없어서 그런지 3만5천원 이하는 안된단다.
하는수 없이 3만5천원을 지불하고 숙소를 잡기로 하고서
근처에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식당도 마무곳이나 가지 말고 항상 이용하던 곳을 이용해야 한다는
"조영도"고문님의 말씀에 따라 그때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흑돈집으로 향한다.
모두들 근거리에 있으면서 어쩌다 만나도
운전을 해야 겠기에 술 한잔도 맘놓고 마시지 못해서 늘상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날 반가움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몇병의 이슬을 비운 뒤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영실매표서 출입시간이 6시경이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설렁탕으로 아침을 해결하고서 영실로 향한다.
6시쯤에 영실 휴게소에 도착하니 주위엔 아직도 어둠이 걷히지를 않아서
랜턴을 켠후 분주하게 산행 준비를 한다.
가야산을 안방 드나들듯이 한 참외계장님도 그도안 무릎에 무리를 했는지 양쪽 무릎에 테이프를 붙여 댄다.
저는 다친 무릎엔 바지 안쪽에 의료용 보호대를 착용하고
혹시나 싶어 왼쪽 무릎엔 스포츠용 무릎 보호대를 착용했다.
그러고 보니 제일 연장자인 조고문님만 멀쩡한것 같아 좀 머쓱하긴 하다.
마침 영실휴게소에 문을 일찍 열기에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후 산행을 시작한다.
영실 코스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경사가 급하기에
다친 무릎이 걱정이 되어 조심스럽게 운행을 하니 그런대로 걸을만 하다.
1500고지에 이르러 조고문님은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참외계장님과 저는 아직도 시간이 널널하기에 선작지왓까지 오르기로 한다
.
오랜만에 고산의 산행이라 그런지 이젠 다친 다리걱정은 아랑곳 않고
아침 여명빛에 깨어나는 볼록볼록한 오름들을 뒤로하고 한적하니 하는 산행이 더없이 즐겁다.
기념촬영도 해보고....
프로필사진도 만들어 보고....
선작지왓 초입에 마가목 열매가 지천이다.
선작지왓에 도착하여 보니
진달래와 철쭉으로 산상화원을 이루었던 곳엔 온통 누런빛깔의 산죽이 뒤덮고 있어 황량하기 그지없다.
이 산죽의 세력이 나날이 강해져서 무슨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제주도 온산이 산죽으로 뒤덮일 날이 머지 않을것 같다.
이왕 온김에 증거 사진이라도 촬영할 요량으로 화구벽에 빛이 들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런 와중에 참외계장님 요상한 폼으로 열심히 문자질을 해 댄다.
틀림없이 호남지역과 통신을 열심히 하고 있으리란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저쪽 반응이 시큰둥한지 몇번을 하다 이내 접어 버린다.
9시경 각각 1장의 증거사진을 확보한후 포인트로 향한다.
1600고지에 내려서서 보니 단풍상황이 생각보다 썩 좋지를 못한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없는 시간들 쪼개서 비싼 출혈을 해 가면서 어렵게 왔는데 최선을 다해서 촬영을 해야지....
빛이 약간 들어 온 틈을 타서 6*12로 겨우 3컷을 촬영하고
1500고지 포인트로 향하려니 해무가 몰려와서 대기가 뿌옇다.
그나마도 10시를 넘어니 하늘에 구름마져 몰려와서 빛 마져도 들어가 버렸다.
한동안 기다려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든 연락해서 기상정보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딱 1곳을 빼고는 마땅한 연락처가 없다.
상황이 이렇기에 어지간하면 그곳에 만은 연락하지 않으려 했는데,
망설이고 망설이다 마지못해 참외계장님을 부추켜 슬쩍 통신을 해 본다.
위성 사진에도 한반도 주변이 온통 구름 이란다.
구라청의 예보에는 오전에는 맑다고 했는데 또 구라를 친 모양이다.
에혀......
하는수없이 셋이서 기념사진 촬영으로 마무리하고 아쉽지만 하산을 결정한다.
영실휴게소에 하산을하여 커피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래려니
휴게소에 걸린 6*12사진인데 오백나한 단풍이 걸작이다.
휴게소 앞마당에서 촬영 했다는데 단풍 땟깔이 장난이 아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촬영해 보아야 겠다.
일찌감치 하산하여 보니 시간도 많기에 근처의 수악계곡 상황을 점검해 보기로 한다.
참외계장님 말로는 영실 바로 옆이라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제주도를 횡단해서 성판악 근처에 있었다.
그곳은 고지가 500m인데 아직도 여름풍경이라 실망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공항으로 향하다.
14:30쯤에 랜트카 차고지에 도착하여 차량을 반납하고 시간을 보니 15:00비행기가 있는데
잘 하면 탈수 있을것 같기에 서둘러 공항으로 향해서
부랴부랴 표를 알아보니 빈자리가 있다기에 가까스로 겨우 잡아타고 대구로 향할수 있었다.
바쁘게 서두르다 보니 면세담배도 못사왔네요....ㅎㅎ
하늘에서 보니 제주도 시내가 온통 연무이다.
상황이 저러니 사진을 할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겠다.
대구에 도착하여 대구 상공을 보니 대구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아마도 전국 날씨가 다 그런 모양이다.
대구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겸 저녁으로 반주를 한잔 하면서 모두 푸념을 한다.
제주도 몇번을 다녔어도 아무리 흉작인 상황에도 70-80%사진은 할수 있었는데
이번처럼 처참한 패배를 하기는 처음인것 같다.....
푸념을 하면서도 다시 내년을 말하는거 보면 어쩔수 없는 사진쟁이의 숙명이 아닐까 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