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1]

유키 0 18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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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행기를 올리기에 앞서 회원가입인사 드립니다.
저는 이 재섭님의 소개로 이 곳을 찾게 된, 산과 사진을 좋아하는, 카메라 없는 전업주부입니다.
지난주에 있은 이재섭님과 산악선배님들과의 산행이야기를 올리는 것으로 가입신고식을 하옵니다.^^



제목 : 소년시대


2009.7.4.토. 안개 - 뭉게구름 - 쏘나기.

코스 : 화엄사 - 우번암 - 상선암 - 천은사

소년들 : 시님, 치자꽃, 월산, 씰데없는 난로, 키서방, 똘이장군

아, 닉이 낯설다구요...

ㅎㅎ~ 소년들이 별명짓기를 좋아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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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 뭐하고 있는 중일까요?
진지한 표정이 경건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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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 구례군 토지면 중앙식육식당에서 고기 2만원어치 구입하면서
식당의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를 목욕재계 시키는 중입니다.

상추씻은 사람 : 치자꽃, 키서방, 씰데없는 난로, 똘이장군.
안 씻고 논 사람 : 유키.
상추 목욕재계할 때 변소 간 사람 : 월산, 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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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들머리 묘지 옆에 호박꽃이 피었네요.
잎사귀 몇 장 따서 앞서가는 소년의 배낭헤드에 집어넣는 치자꽃 소년을 보고 드는 생각은
치자꽃 소년 뒤에 서야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섰다가는 배낭 주머니에 몰래 두꺼비를 집어넣을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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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내딛는 소년들이 뿜어내는 수증기로 오솔길이 자욱합니다.
나는 내 숨소리가 너무나 커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아무 소리도 내뱉을 수가 없어서
이 무거운 몸을 안개에 좀 녹여볼까 어째볼까 싶은데 오솔길을 치고 오르는 소년들은
마치 우아한 찻집에서 편안히 앉아 향긋한 차를 음미하듯 담소를 나누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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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한 바가지 흘렸으니 수박을 먹고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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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을 따라 숲이 웃지요. 아닌가.. 아, 숲을 따라 소년들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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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마!!
T자 갈림길에서 치자꽃 소년이 숲 너머에 숨었다가 갑자기 총구를 들이대서 깜짝 놀랍니다.
이럴땐 으악, 사사살려주세요... 이래야 하는건데.
저어, 한 번만 더 포즈 취해주시겄습니꺼?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종석대를 딛을 것이요.
마, 좌측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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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좀 볼까...
아이, 왜 이러세요.
우번암에 닿았습니다. 주머니가 있으면 뒤져보고 뚜껑이 있으면 열어보고 비치면 들여다 보고
길이 안 보이면 찾아보고.... 똘이장군은 여느 소년들보다도 두배 더 많이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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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 넝쿨 사이로 똘이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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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소년이 art에 열중합니다.
자, 키순으로... 자 오른쪽으로 좀 더 땡기고... 거, 너덜한 수건 좀 숭카라.
월산 소년이 목에 걸었던 수건을 퍼뜩 뒤로 숨깁니다.
치자꽃 소년은 틈만 나면 해병대 시절의 전설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이 소년의 나이가... 나이는 그냥 숫자죠.)
그러면 씰데없는 난로소년이 갑자기 산행대장으로 둔갑을 해서는
출발!! 외치며 맥을 끊어 놓기 일쑵니다.
소싯적에 소녀들의(가시내들의) 고무줄 놀이에서 고무줄 좀 끊어 본 솜씬데요.

'오늘 산행대장 누꼬? '
일이 여의치않게 꼬여서 소년들의 질책성 멘트에 몰리면 갑자기 또 산행대장을 '시님'께로 떠넘기기가 거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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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의 대상으로 임하는 똘이장군.

나는 일찌기 이다지도 똘방한 이미지의 소년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얘야 산딸기가 먹고 싶구나아"
15세기, 엄동설한에 병환이 깊으신 모친을 위해 산딸기를 구해다 드리고야 말 것같은 다부짐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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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번암의 갯버들입니다.
산에 갯버들이 있는 곳은 꼭 산불이 난다 고하는 속설이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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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씰데없는 난로'라고 했을까요.
샘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씰데없는 난로 소년의 물공양이 있습니다.
한바가지 떠서 꼭 돌려가며 먹지요.
난로소년이 돌리는 바가지의 물만 마시면 다들 까르르 웃다가 뒤집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참 신기한 물바가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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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말씀에 다들 경청하는데 한 사람, '뭔 뜻인지 도통 알길이...'
어먼 귀만 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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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을 얼추 십여년 만에 다시 만나는 소년들이 있네요.
그러면 대략 이 소년들의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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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번암을 지나 시야가 트이는 한 뼘 공터에 섭니다.
수증기가 잦아들어서 소년들이 타고 오른 차일봉 능선(사진 아래)과 종석대(사진 위)가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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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이 art스럽지 않다고 외면 받았지만 산 속의 싸리꽃과 함께라면
이렇게도 멋스러울 수가 있군요. 은은한 보라빛 셔츠와도 절묘
하게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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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데없는 난로 소년의, 온 몸으로 체험한 살아있는 지리산 강의가 한창인데 다들 각자 일에 몰두하느라 여념없어 보입니다.
'음, 사진이 별로야...'
'차암나.. 이 수건이 어때서...'
'시방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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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뿌게 찍혀야 할텐데...
내 이뿌게 찍어 줄게...
음, 이뿌다 이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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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달 속에 님이 있고.... ♪

호박잎사귀를 넣은 갈치찌개로 점심을 먹어서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습니다.
월산소년의 주제가를 한바탕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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